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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과 이병철: 정주영의 자식농사 이야기를 시작하며인물 = 모델 2020. 7. 9. 08:36
이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 어느정도 사업을 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있다. 삼성과 현대는 국가에 기대서 비대한 성장을 했다. 그렇다고 이 두 명의 창업자를 과소평가 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병철과 정주영의 성격은 정 반대다. 그리고 이 두 분의 성공은 “성공하는데 모범답안은 없음”을 명확하게 시사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아무리 삼성과 현대일지라도 정부가 자회사를 내놓으라면 내놨어야 했는데, 이에 대해서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자신이 일궈낸 자회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는데도 평소처럼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반대로 정주영 회장은 분해서 청와대까지 찾아갔다고.
신군부가 정권을 잡아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내놓아야 했을 땐, 정주영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계열사를 포기하지 않은반면, 이병철은 자기가 아끼는 중앙일보를 지키고 동양방송을 KBS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상’을 했다.
극과 극의 리더십이고 성격이다. 내가 보기에 두 리더십 모두가 가치가 있지만,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정주영 같은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너무 막무가내로 몰아붙히면 회사가 휘청이겠지만,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안하는 거 보다야 100배 낫다.
그 스타트업이 어느정도 성장하여 자리를 잡으면, 그 때 이병철 같은 리더십이 빛을 발한다. 철저한 계산과 준비성 그리고 완벽함을 추구하여 일궈낸 것들을 견고하게 만들고 그 위의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다.
물론 창업 한 번 안해본 나 따위가 왈가왈부 할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건 이병철이 자식농사 하나는 참 잘했다는 것이다. 첫 째 맹희는 CJ제국을, 셋 째 건희는 삼성제국을, 막내인 명희는 신세계 제국을 건설했다.
이에 비하면 정주영은 워낙 호색한 인물이어서 그랬는지, 자식농사를 이병철 만큼 잘 하지는 못했다. 정말 극과 극의 인생을 산 두 거인이다. 이병철 회장의 성공적인 자식농사에 대해서는 내가 앞전에 작성한 글들을 참고하시길 바란다.2020/07/02 - [인물 = 모델] - 태종 이병철, 세종 이건희?
2020/07/03 - [인물 = 모델] - 이병철에게 버림받은 장손, 식료품 상점을 국내 최대 생활기업으로 만들다.
2020/07/08 - [인물 = 모델] - 이병철을 가장 닮은 딸, 국내 최대 유통 제국을 세우다
자식농사도 자식농사지만, 이 두 인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이 몇 가지 있다:
1. 이병철 회장의 완벽주의는 정말로 사소한 것에서도 계속되었는데, 비서에게 주는 메모조차 삐뚤게 쓰여졌으면 찢고 다시 적어서 주었을 정도다.
2. 정주영 회장은 원래 직원들이 잘못을 하면 호통치고 소리를 지르는 성격이었는데, 박정희와의 만남에서 바뀌었다고 한다: 3일 밤 낮을 새고 박정희와 미팅을 가지고 있었는데, 박정희와 이야기를 하던 중 자기 자신도 모르게 졸았다고 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박정희가 이야기 하고 있었고 자신은 두려움과 공포심에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박정희는 “정 사장 내가 미안허이...” 라고 답했고. 이 다음부터 정주영도 직원들에게 이와 같이 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3. 이병철 회장은 평소에도 정치와 거리를 두기로 유명했다. 장남인 맹희에게 “정치인은 믿지 말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신군부가 계열사를 빼앗을 때 조차도 자신은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빨리 줄 건 줘버리고 자신이 할 일을 했다. 최대한 정계와 거리를 두려고 했고, 이는 지금 삼성가에서 정치인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4. 정주영 회장의 경우는 늘 대통령에 대한 꿈이 있었으며, 그의 자식들중 가장 똑똑하다고 알려진 몽준을 정계로 진출시켜서 대리만족을 하려고 했으나, 아들조차 별 힘을 쓰지 못하자 자기 자신이 대선에 나왔지만 YS와 DJ에 밀려서 대권을 잡지 못했고. 이는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유일하게 실패한 도전이라고 전해진다.
5. 정주영 회장이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추대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이 거의없다. 이는 사실 놀랍지도 않다. 경제와 시장을 제일 잘 아는 건 당연히 플레이어다. 성공적인 기업가만큼 시장을 이해하는 이는 없다. 탁상공론은 입에서 끝나지만, 기업인은 가치를 만든다.
어찌됐든 이 두기업이 좋은 시너지를 내줬음 한다. 3세에 이르러서는.
이번 전기차 관련 협상도 이 두 기업이 협업하여 전 세계에 위상을 떨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그래도 먹고살기 힘든데 서로 돕고 살아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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