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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가 악당인 드라마, 빌리언즈 리뷰
    카테고리 없음 2020. 11. 30. 10:29

     

    전형적인 '포스트 모더니즘'의 가치관을 품은 TV쇼다. 그게 뭐냐하면, 선과 악의 구분을 굉장히 모호하게 해놨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들은 아직도 선과 악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만 미드들은 꽤 오래 전부터 굳이 구분짓지 않고서 드라마를 진행시킨다.

    검사장이기 때문에 선한가? 아니면 헤지펀드의 대표라서 악한가? 가 아니라 그냥 더 나은 놈이 이기고 다 해쳐먹는 것이라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누가 악하고 누가 선하다고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나. 우리의 내면엔 선하고 악한 모습이 공존하는 것을.

    일단 빌리언스는 피카레스크(picaresque) 장르이다. 악인이 주인공을 맡고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꽤 유명한 <하우스 오브 카즈> 역시 전형적인 피카레스크이다.

    보고 있다보면 주인공인 '바비 액셀로드' 를 옹호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게 굉장히 묘하다.

    극중에서 바비(헤지펀드 대표)와 척(검사장)이 나누는 심리전을 관찰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처음엔 명분을 가지고 시작한 이 싸움이, 점점 자존심을 위한 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자기를 파괴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매우 재밌다.

    명예욕은 성스럽고, 재물욕은 더러운가? 결국 다 똑같은 욕심일 뿐이다.

    바비와 척은 정말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바비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억만장자가 되었고, 척은 부자집 아들로 태어나 엘리트 코스만을 밟은 전형적인 관료다. 다른 가치관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의외로 많이 닮았다.

    또, 척은 더러운 돈을 경멸하지만 본인의 자식들과 본인 역시 그 '더러운 돈'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음을 알고있다.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척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척은 바비에게 꽤나 큰 열등감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비 역시 척의 환경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시즌 1 마지막화에 척이 바비에게 "리버테리언"이라 조롱하는 장면도 상당히 인상깊었다. 아인랜드나 읊어대지 말라는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바비 액설로드의 철학엔 리버테리언다운 모습들이 있기도 하다.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고용효과를 강조하고, 시장에서 돈 버는 것에 대한 신성함을 추구하는. 바비 액설로드야말로 리버테리언의 가장 세비지 한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쓰다보니 굉장히 두서가 없는데, 인생작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욕망이 끓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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